프랑스 와인의 역사와 등급
1. 인간이 스스로 와인을 담기 시작한 시기는 대략 7천년 전으로 추정된다. 그중 약 2세기경부터 프랑스에서는 와인이 제조되었고, 1152년 보르도 지역의 와인이 보르도 지역 공작의 공주와 영국 왕위계승자의 결혼을 계기로 와인을 영국에 수출되기 시작되었다. 보르도 지역의 소유권은 결혼 지참금의 명분으로 영국 왕실에 넘어가게 된다.
이를 계기로 영국인들은 보르도 지방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를 통해 체계적인 생산과 항구 발달이 가능했으며,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산지로 발전하게 되었다.
2. 필록세라의 재앙
필록세라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의 모든 와인 산업을 초토화한 재앙이다. 필록세라는 포도 뿌리의 벌레를 말하며, 1840년대 미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미국 토착 품종은 필록세라에 면역을 갖고 있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유럽의 포도나무들은 면역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유럽의 와인 제조업자들은 원인도 모른 채 망하게 된다. 당시 1854년은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최악의 흉작이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결국 이후에도 계속되는 흉작으로 프랑스의 와인 산업은 완전히 회생 불가능한 상황까지 놓이게 된다. 1868년이 되어서야 원인이 필록세라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지만, 당시 유럽 사람들은 필록세라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었으므로 해결책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 결과, 1860년대에 60억 리터였던 프랑스의 생산량은 1880년대, 20억 리터로 1/3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위스키 산업이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으며, 와인 대신 압생트를 마시기도 하였다. 또한 프랑스를 벗어나 스페인이나 신세계 국가들(칠레, 오스트레일리아, 남아공, 아르헨티나 등등)로 포도주 산지를 확장하는 노력이 시작되었던 시점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당시 프랑스는 전쟁에서 패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아무리 국가의 중요 산업이지만 신경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1881년 '필록세라에 면역이 있던 미국 품종의 뿌리를 유럽 포도나무에 접목하면 어떨까?' 하는 방안이 등장했고, 이는 대단히 성공적이어서 유럽 와인 업계는 드디어 필록세라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3. AOC 제도
프랑스 와인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아펠라시옹 도리진 콩트롤레)라는 원산지 호칭 제도에 대해 알아야 한다. AC혹은 AOC라는 약자로 쓰이며 프랑스 와인의 등급제 중 최고이다.
AOC제도가 등장한 계기는 필록세라로 인해 산업이 초토화되고, 프랑스 와인의 품귀현상으로 가짜 와인가 판을 치게 된다. 이는 점차 프랑스 정부에서 방관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었고, 1907년에 품질 관련 법규를 제정한다.
당시에는 오크 통째로 구매한 중간업자들이 샤토에서 생산한 와인을 병에 나눠 담아서 코르크마개를 닫고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요즘에야 샤토에서 직접 병입하지만 이전에는 얼마나 가짜 와인를 만들기 쉬웠을지 상상이 간다.
프랑스에서 원산지 통제법이 제정된것은 1935년부터이다. 부르고뉴, 보르도 등 유명한 산지를 함부로 라벨에 표시할 수 없도록 AOC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원산지별로 와인 생산 조건을 엄격하게 정해 놓고, 이 조건에 합당해야만 AOC를 라벨에 표기할 수 있다. 이 법이 생기면서 병균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유명한 산지의 포도가 흉작이 되었을 때, 다른 지역의 포도를 해당 산지의 와인으로 만들어 판매할 수 없게 되었다.
1) AOC : AOC등급은 이 제도에서 최상위 등급이다. 전체 와인 생산량에서 35%의 비중을 차지한다. 만약 라벨에 Appellation 생산지 Contrôlée 라고 적혀있으면 적어도 맛은 몰라도 품질은 보장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구분되는 와인은 생산지별로 와인 생산 규정을 준수하여 만들어낸 해당 지역의 와인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포도 나무 당 최대 수확량 뿐만 아니라 알코올 도수, 재배 방법과 양조 방법까지 엄격하게 규제한다. 프랑스 와인에서 AOC 등급은 300종이 넘는다. 우리나라는 주로 AOC급 포도주를 수입하며 그 이유는 굳이 낮은 등급의 와인을 수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2) AO-VDQS(Appellation d'Origine-Vin Délimité de Qualité Supérieure, 뱅 델리미테 드 쿠알리테 슈페리에) : AOC등급 바로 아래 등급이며, 프랑스 와인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AOC와 비슷한 규제를 받지만 AOC보다는 덜 엄격한 편이다.
3) VdP(Vins de Pays, 뱅 드 페이) : 보통 '지역 포도주'라고 불리며 지역적인 특성과 개성이 강한 와인에게 적용된다. 지역과 품종도 규제하지만, AOC에 비하면 규제가 많이 느슨한 편이다. 무조건 100% 단일 품종을 사용해야 하며, 150개 정도의 지역 포도주가 있으며 지역 이름을 쓸수있다. 요즘에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등급이다. 프랑스에서는 특정 지역의 고유 품종이 아니어도 사용을 허용하고, 양조업자가 라벨에 지역명 대신 포도 품종을 와인의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까지 허용하여 미국 시장에 판매가 더욱 수월하게 해주었다. 이유는 미국의 소비자들은 지역 이름을 잘 모르기 때문에, 포도 품종을 보고 와인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등급의 와인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은 프랑스 남부의 랑그도크와 루시용 지역이다.
4) VdT(Vins de Table, 뱅 드 타블르) : 가장 보편적인 와인 등급이며, 프랑스와 이태리에서 식사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테이블 와인이다. VdT는 주로 프랑스 전역에 걸쳐 생산된 와인을 블렌딩하며, 이 등급의 와인에는 지역명을 표기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35%를 차지한다.
4. 그랑 크뤼(Grand Cru)
그랑 퀴리는 프랑스의 등급으로 특급 포도원의 의미를 가진다. 보르도(Bordeaux)안에 메독Médoc)지구와 생떼밀리옹(Saint-Emilion)지구를 의미한다. 메독 지구는 1855년의 그랑 크뤼 클라세(Grand Crus Classés)에 의하여 5개의 등급으로 61개의 생산자를 분류한 것이며, 생떼밀리옹은 46개 그랑크뤼를 의미한다. 생떼밀리옹은 뒤에 '클라쎄'가 붙어야 진정한 의미의 그랑 크뤼라고 할수 있다.
특히 보르도 지역에서는 5대 샤토라 불리는 1등급의 프리미에 그랑 크뤼(Primier Grand Cru)가 있다. 소테른(Sauternes)지구에는 그랑 크뤼가 들어가지 않는다..
부르고뉴(Bourgogne)지역에서는 그랑 크뤼는 최상위 1~2%의 최고급 특급 포도밭을 칭한다. 그 밑으로는 프리미에 크뤼로 1등급 밭을 구분하고 있다.
'와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장 주정 강화 와인 (0) | 2025.02.23 |
---|---|
21장 스파클링 와인 (0) | 2025.02.23 |
20장 산지오베제(Sangiovese),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 (0) | 2025.02.22 |
19장 네비올로(Nebbiolo) / 바르베라(Barbera) / 코르비나(Corvina) (0) | 2025.02.21 |
18장 템프라니요(Tempranillo) / 19장 가메(Gamay) (0) | 2025.02.21 |